플루시오스
신소설의 추리 서사와 신화 시학적 양상 본문
「철가면」을 번안한 작품으로 1920년대 초·중반에 가장 많이 읽힌 추리소설 중 의 하나였다. 이후 1920년대 중반 방정환23)이 몇 편의 아동 추리소설을 발표하지만 1930년대에 들어서기까지 창작 추리소설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1908년 이해조의 「쌍옥적」이후, 창작 추리소설은 1920년 『조선일보』에 실린 「박쥐우산」과 불 교 잡지 『취산보림(鷲山寶林)』에 게재된 「혈가사(血袈裟)」24)가 나올 때까지 아 직 발견된 것이 없다. 또한 1920년대 「박쥐우산」이 발표된 후 1929년 『신민』에 단정학의 「겻쇠」가 실리고 1931년 ‘장편탐정소설’이란 제명 아래 최독견의 「사형수(死刑囚)」(3회로 발표된 미완의 작품)가 연재되었지만 그 영향력은 미약했 다. 채만식, 김동인, 김내성에 의해 1930년대 창작 추리소설이 등장하기까지 한국 근대 추리소설의 형성과 발전에 있어 번역·번안 작품이 주를 이루었다. 이런 관점 에서 보면 신소설의 추리 서사 및 이해조의 「쌍옥적」과 1930년대 창작 추리소설 의 등장에 매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서구 추리소설의 번역·번안 작품이며, 여기 에 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 근대 추리소설에 있어 본격적인 창작 추리소설의 시대는 1930년대 이후부터라 할 수 있다. 한국문학사에서 1930년대는 어느 시기보다 관심이 집중되는 중요한 시기이다. 왜 냐하면 이 시기 한국문학은 ‘경향소설 내지 계급문학의 단색화로부터 수평적·수 직적 관심의 다원화 현상’25)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즉, 공간의 수평적인 관심은 도 시와 자연 또는 문명과 흙, 농촌으로 확산되는 현상을 보이고, 시간적인 수직적 관 심은 시간을 거슬러 역사소설이나 가족사 소설, 신화 시학적 양상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1930년대 한국문학은 다양한 장르와 소재가 복합적이고, ‘다면적 성격’26) 으로 표출되었다. 특히 이 시기는 추리소설, 연애소설, 역사소설 등의 대중소설이 범람했던 시기이자, 대중소설의 장르가 다양하게 분화·정착 되는 시기라 할 수 있 23) 방정환의 탐정소설은 『어린이』지에 실릴 당시에 ‘탐정소설’이라는 부제를 달았을 정도로 탐정소설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과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동생을 찾으러」는 ‘탐정소설’이라는 부제로 1925년 『어린이』지에 처음으로 실리게 된다. 이후 그는 「칠칠단의 비밀」(1926.4~1926.12), 「소년 삼태성」 (1929.1), 「소년 사천왕」(1929. 9~1930.12) 발표한다. 또한 문학잡지 《별건곤》에 북극성이라는 필명 으로 「누구의 죄?」(1926.12)라는 추리소설을 번역 소개하는 등 1920년대 후반 왕성한 활동을 했 다. 24) 박병호에 의해 울산 인쇄소에서 출간된 「혈가사」는 1926년도 작품으로 알려졌으나, 정혜영에 의해 1920년 7월에서 9월까지 《취산보림》에 연재된 작품으로 밝혀졌다. (정혜영, 「식민지 조선과 탐정문 학」, 『한국문학이론과 비평』 제35집, 한국문학이론과 비평학회, 2007.) 25) 이재선, 『한국소설사: 근·현대편I』, 민음사, 2000, p. 351. 26) 이정옥, 『1930년대 한국 대중소설의 이해』」, 국학자료원, 2000, p. 11. -7- 다. 추리소설은 잡지와 신문이라는 대중 매체를 통해 외국 작가의 번역 작품과 창작 작품이 함께 발표되면서 균형과 정착의 모습을 보여준다. 류방과 최류범이 잡지 『별건곤』을 통해 창작 추리 단편소설을 발표했고, 순수문학계의 중견 작가인 김 동인과 채만식이 비록 한 편씩의 추리소설이지만 신문을 통해 장편 연재 추리소설 을 발표했다는 것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추리소설계의 거목(巨木)으로 평가 받는 김내성의 등장으로 추리소설은 형성기를 지나 부흥기로 들어서게 되고, 한국 에 진정한 의미의 추리소설 장르를 개척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930년 대 후반 국내·외 여러 상황의 변화로 침체기를 맞이하게 되고, 이러한 흐름은 해 방 이후 추리작가 김성종 출현까지 한동안 지속된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추리소설에 대한 논의와 관심 대부분이 한국 근대 추리소설의 기원과 관련한 이해조의 「쌍옥적」,「구의산」이 발표된 1910년을 전후한 시기에 대한 연구와 1930년을 전후하여 창작 추리소설이 등장한 시기에 집중되어 있다. 특 히 1930년대는 서구 번역 작품과 국내 단·중·장편 창작 작품이 집중적으로 발표 된 시기인 만큼 연구자들의 관심은 뜨겁다. 그만큼 한국 근대 추리소설 형성에 있 어 1930년대라는 시·공간적인 특수한 상황이 중요하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이 러한 추리소설 연구에 대한 성과 덕분에 한국 근대 추리소설의 외연이 확장되고, 대중소설로서 당당하게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가 지적하고 싶은 문제점은 바로 대중성 과 근대성에 관한 논의이다. 많은 연구자들이 빈번하게 논의의 대상으로 거론했지 만, 이들 논의 대부분이 대중성과 근대성의 개념과 본질에 대한 진지한 규명 없이 피상적인 접근에 그치고 말았다는 점이다. 또한 용어 사용에 있어 1930년대 일제 식민지라는 특수한 문학적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반적 의미의 대중성, 근대성 의 개념으로 접근한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문학연구에 있어 시대적 특수성과 문화적 환경에 맞는 용어와 개념의 선택과 적용은 가장 기본적인 태도이 기 때문이다. 1930년대는 신문, 잡지, 단행본 등을 주요 매체로 하는 대중소설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즉 작가와 대중 독자들이 대중소설을 매개로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바로 이와 같은 대중 매체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는 당대 대중소설(추리소설)의 특성 과 의미 여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또한 1930년대 창작된 추리소설이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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